Flash & Flesh

 


작가 : 이승준
장소 : 빛 갤러리
일시 : 2005년 4월 11일(월) - 2005년 4월29일(금)

기억의 알레고리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에 대한 언급이 예술의 정체성과 문화의 확산에서 찾을 수 있다면 뉴미디어 시대의 미학은 규정되지 않은 사회적 문화적 문맥들에 대한 의미의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맥들은 아직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인간들의 의식의 차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규정된 형식(form)이 아닌 무의식의 차원에서 단지 느낄(sense) 수 있는 것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 이승준의 작업에서는 이미지에 물질적 구조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 형식을 주조하는 방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예술의 또 다른 층위이고 심급이다.


"세가지 방식의 만찬"(Three Ways to Dinner)에서 고기를 썰고 있는 칼과 손의 이미지를 삼면화처럼 보여주는, 그리고 그런 이미지와 시간적으로 대비시킨 녹색의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는 시간적인 병치와 공간적인 병치의 복합적 제시이다. 단순히 스테이크가 칼에 의해 쓸려지고 있는 상황만 보여졌다면 우리는 거기서 예수 혹은 구원자라는 암시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적 전통회화에서 등장하는 삼면화 형식은 고기를 통해 예수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고, 빌 비올라(Bill Viola)가 "낭트 삼면화"(Nantes Triptych)를 통해 '삶의 순환과 시간의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승준은 이 '매트릭스 트립틱'이라고 할 수 있는 "세가지 방식의 만찬"(Three Ways to Dinner)을 통해 '구원과 인간의 존재성'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21세기에는 그런 존재성의 문제에 가상현실이 개입하게 되고 - 컴퓨터 그래픽의 공간 - 이런 과정들을 통해 그의 작품은 알레고리적인 성격을 획득한다.

이승준의 예술은 사유의 과정에 대한 기록이 아니고, 삶에 대한 일관된 관찰은 더더욱 아니다. 사유가 지향하는 목적과 삶의 존재성에 개입되는 21세기적인 조건들이 하나의 알레고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에 의해 지시되는 예술적 잔상들 혹은 작가가 영상을 통해 담아내는 이미지 자체에 대한 기억 - 기억의 현재화 - 들은 우리를 사색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연민과 공포, 기억과 망각, 그리움 등과 같은 그들 존재의 의식을 구성하는 정신의 물리적 속성들을 그의 작품에 유비(analogy) 시킬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작가는 삶의 현상과 물리적 환경들을 그의 기억의 언어들에 유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예술은 개인의 의식보다는 보편적 삶의 의지에 관련이 된다는 것을 이승준의 작품을 통해 분명히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의 질적인 속성들을 통해서 볼 때, 개별 작품의 순수성에 선행하여 우리 삶이 존재와 인식이 하나로 얽혀있는 전체적인 구도를 지향한다는 것이 하나의 자명한 사실로 남는다.

-기억의 알레고리 (이승준 작품론 일부발췌)-
정용도(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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