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님 나무조각展 "말(言)의 무게"


장소 : 서울 -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일정 : 2008년 11월 24일(월) - 12월 2일(화)
관람시간 : 월 ~ 토. 10:00am~05:00pm

작가노트

나는 나무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균열이 좋다. 그것은 인간을 닮았다. 나무로 조각된 소년들은 그렇게 상처투성이의 흔적들을 안고 있다. 세상을 채우는 가벼운 소통 속에서, 차마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켜버린 애틋하고 진지한 말(言)들은 몸을 가르고 터져나와 가슴과 머리에 무겁게 얹힌다. 그리곤 어느 순간 조용히 스스로 아물고 단단해진다.
‘왼쪽 가슴의 깊은 균열’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나무만큼 친숙한 질료는 없을 것이다.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 준 나뭇결과 색깔, 향기가 내게 준 떨림과 위로가 이 전시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무 조각으로 내미는 언어의 무게


어딘가를 무겁게 강조하지 않지만 홍경님의 나무 조각에서는 동시에 두 가지의 이미지가 불쑥 들어온다. 하나는 조각된 사람의 얼굴이며 또 하나는 말없는 나무의 얼굴이다. 나무로 조각된 얼굴은 내면의 상태를 번역하여 읊는 듯하며 조심스러운 표정들을 언어로 묶어 보여준다.


이 적절한 일치는 나무의 본성 안에서 굳이 ‘어려운 선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가의 선택은 깊은 시간이며 그 긴 시간을 파 들어가는 시름이다. 그리고 실음(失音)이다.


현대 예술에 사용되는 많은 재료들 가운데 작가가 선택한 것은 나무이다.
문학을 전공한 작가는 수백 년 전부터 예술의 관례가 되어온 인간의 도상에 언어의 이미지를 얹어 깊이를 표현한다. 잘려진 나무가 터지고 붙기를 거듭하면서 여전히 그 생을 엮고 있는 것처럼 나무 조각 또한 그 언어를 흘리고 주워 담기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나무 조각은 사람이 살아온 기간만큼이나 오래된 표현방식이다. 사람의 역사를 담은 토템이나 액막이로서의 장식들, 신들의 모습까지 오래 전부터 나무를 조각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이미 피 속에 기록되어, 나무 조각은 순간적 직관으로 예리하게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천천히 인지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작업 이미지들은 ‘내 눈(目) 속으로 뛰어든 물고기’에서처럼 그 기운은 펄떡이지만 드러나는 형상은 한결같이 고요하다. 두 눈이 지워진 사람이나 무거운 가면을 쓴 광대와 같이 가면 속 눈(가려지거나 사라진 눈)과 가면 밖의 눈빛을 담담하게,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나무옹이들과 함께 초점 없이 입김을 전하고 있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것과 같은 홍경님의 나무 조각은 수만 번 쳐내고 밀어낸 칼끝의 힘을 지긋하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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