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展, 가상/현실


장소 :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무지개 갤러리
일정 :2010. 12. 14(화) - 2010. 12. 24(금)
관람시간 : 월 ~ 토 10:00am~05:00pm
Opening Reception :
2010. 12. 14(화) PM 7:00
참여작가 :
강호림, 박선일, 박재환, 박중현, 방효정, 윤유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展, 가상/ 현실> 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전시다. 아티스트 6인이라는 6개의 독특한 회로장치를 거쳐 ‘재현’된 현실은 어떤 것일까. 이 6인의 아티스트는 작품 속에서 현실이라는 공통분모에 기대어 그들이 인지하는 현실을 재구성, 재현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 즉 가상으로써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가상은 현실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가상은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현실 없이는 가상도 없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즉, ‘유의할 사항’은, 현실을 전달코자 하는 전달자의 “전달 행위, 방식”에 의해 그 “현실”은 타인에게 접촉되는 지점에서 전달자가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세계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전달 받는 제3자에게 달려 있는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 과정은 상대적이고 다양하다. 이러한 현실의 인지와 전달은 대상의 이동경로를 통해 각각의 세계를 창조, 재인식, 파괴하면서 확산된다. 또한, 보드리야르도 지적했듯이 시뮬라크르가 리얼리티를 주도하는 세계, 즉 가상으로서의 이미지가 오히려 거꾸로 현실을 조정하는 현상도 생긴다. 이렇듯 현실과 가상은 서로 밀접하게 작용하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6인의 아티스트는 현실이라는 테리토리를 벗어나 점점 더 예측이 가능하지 않은 곳, 모호한 기억과 변형, 전달코자 하는 세계의 다양한 해석에 대하여 확장된 사고를 보여주고자 한다. 따라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역설적 표현 역시 이렇듯 전환되는 사고의 가치에 의미를 두었다고 볼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그 둘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가상은 현실을 분모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쉼 없이 창조, 변형, 삭제되는 현실의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본다.

강호림 KANG Ho Lim
어느 날 싱크대 하수구가 막혀버렸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차오르는 더러운 물. 나의 작업은 이 일상의 ‘성가신’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막힌 하수구를 뚫기 위해 되는대로 마른 나뭇가지를 쑤셔 넣고 안간힘을 썼다. 결국 맥이 빠진 모습으로 뚫리지 않은 하수구에 나뭇가지를 꽂은 채 주저앉아 바라보았다. 그때, 나의 현실 속에 거꾸로 꽂힌 나뭇가지는 가상의 경계로 넘어가 갑자기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났고 오염되어 더러운 환경 속에서 자란 또 다른 나무들과 새롭게 태어난 기괴한 생물들을 발견한다. 나의 동화적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업들은 이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기묘한 이야기이다. 현실이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공포는 가상의 세계로 넘어가면서 다른 형태의 모습을 취해 마치 몽환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파괴, 변형, 전이하는 모습은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 뿐이다.

나뭇가지, 디지털 프린트 26x19cm, 2006

 

박선일 PARK Sun-Il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은 언제나 공존한다. 그리고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기억이란 것은 하나의 좋은 도구다. 그런데, 그 기억이란 것은 변형되고 혹은(나아가) 그 존재가 모호해 지기도 한다. 결국 실제로 존재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워져 버리기도 한다. 반면, 어떤 특정한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과 상관 없이 얼마 전의 일들보다도 더욱 강하게 남아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은 채 머릿속에 존재할 뿐이다. 저장된 기억이 A라고 한다면, 실제로 A라는 유형의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A를 상기시키는 A-1이라는 오브제를 보거나 혹은 A-2로 분류될 수 있는 장소에 간다거나 하는 따위의, 그래서 그 저장된 A가 어떤 색을 띄고 있었는지 그 냄새는 어땠는지 무방비 상태의 자아를 무심코 찌를 뿐이다. 여기 열 한 개의 이야기가 있다. 이것들은 어떤 물건 혹은 장소에 대한 기억들, 즉 A에 관한 이야기다. 더 이상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 혹은 장소( A-1,2,3,4~)는, 기억이라는 무형의 모습으로 현실의 경계를 넘어 또 다른 곳에 존재한다.


Les Souvenirs, 65x50cm, 트레싱 페이퍼에 프린트, 2004

 

박재환 PARK Jae-hwan
비율(echelle)의 상대성은 언제나 흥미롭다. 비율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들을 바라보게 해 준다. 비율의 변화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며, 그 자체로써 이미 하나의 공간 창조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우리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하나의 비율로만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방문하여 거인들의 몸 위로 올라갔을 때, 그들은 걸리버에게 하나의 생명체가 아니라 산과 들판 같은 자연이었다. 이와 같은 비율의 변화에 의한 공간의 왜곡과 변형, 그리고 그에 따라 생성되는 새로운 공간이 내가 다루는 것이다. Erussisiom, 2010, video installation, mixed media, 가변 크기 나는 먹다 남은 빵 위에 물을 쏟았다. 그 위에는 곰팡이(moisissure)가 피었다. 그 앞으로 다가가 눈을 감았고 다시 떴다. 그리고 나는 신이 되었다. 이 눈 깜빡 할 사이의 변화가 비율의 변화이다. 내가 만약 눈 깜빡 할 사이에 다른 비율을 택했다면, 나는 곰팡이가 핀 빵 조각을 버리는 청소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이 되었고, 내 앞에 새롭게 창조된 공간을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발견하고 만들어낸 세계를 ERUSSISIOM이라고 이름 지었다. ERUSSISIOM은 미세한 조각 위에 세워진 거대한 조형물이며, 가시적인 기반 위에 만들어진 비가시적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변화된 비율의 적용은 이 역설적인 공간으로의 접근을 허용하고, 나는 하나의 공간을 가로지르는 두 비율의 경계에 서서 보이지 않는 광대한 세상을 만들어 내었다. 여기의 결과물은 내가 ERUSSISIOM의 지리와 환경, 거주자들의 역사와 생태 등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관찰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그들에게 끼친 막대한 영향 또한 관찰일지의 형태로써 남겨놓았다.


Erussisiom, 2010, video installation, mixed media, 가변 크기

 

박중현 PARK Joong-hyun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Big Heros) 60 년대 팝아트 이후 소위 포스트 모더니즘 예술에서 드러나는 대중문화의 부상에 의한 순수 예술에로의 흡수와 그 영향은 90년대 이후 특히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의 도입과 함께 점점 더 그 막강한 힘으로 증폭되어 왔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보드리야르도 지적했듯이, 시뮬라크르가 리얼리티를 주도하는 세계, 즉 가상으로서의 이미지가 오히려 거꾸로 현실을 조정하는 현상이 생기며, 이에 대중 스타라는 거대한 아이콘이 군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가상과 현실의 혼돈은 정체성의 형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거울 효과를 발생시키게 된다.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시리즈는 스타를 모방함으로써 얻게 되는 대중 심리로서의 신분 상승 욕구, 즉 모방을 통한 주체의 동일시(identification)로서의 자기도취라는 환상을 심어 주는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 이미지에 의해 주도되는 현실과의 관계를 대중 스타들이라는 대표적 아이콘을 중심으로 한 집단적 정체성의 형성 과정을 주로 표현한 것이 그 특징이다. 사실상 오늘날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도시 속의 멀티스크린 속 광고와 각종 영상매체, 영화, 그리고 인터넷 등 그야말로 눈이 멀 정도의 시각적 과잉,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즉 아직도 집적(集積, 모아서 쌓음)중인 듯한 프로세스로 보이는 작품들은 공격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한 과장과 반짝거리는 키치Kitsch의 일회성 속에 감추어진 멜랑코리적 은유를 은닉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방효정 BANG Hyojeong
물질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물리적 힘이 필요하다. 이 물리적 힘이 시선이며, 어떤 물리적 힘, 즉 시선이냐에 따라 물질의 방향성과 무게가 결정된다. ‘의도’라는 것이 그렇다. 최초의 생각, 즉 의도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뒤엉킨다. 의도가 시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수십 개의 레이어가 만들어지거나 사라진다. '최초의 생각'은 전달자와 전달받는 자, 그리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사이에서 시선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최초의 생각이 전달되는 과정은 시선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시선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 받고 다양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최초의 생각은, 전달자에 의해 세상 속에 던져져 현실이 되거나 환상이 되거나 진짜가 되거나 가짜가 되거나 한다. 그러므로 (나는), 더 이상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진짜 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으며, 확신도 할 수 없다. '진짜'라는 것의 의미를 정의 지을 수 없다. 나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모호하고 ‘진짜’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소통’의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고찰이다.


'엄마' 디지털프린트, 2010

윤유진 YOON Eugene
-실험적 여행으로의 권유 나의 작업은 이미지의 형태를 띤 현실의 기록이다. 물리적 이동을 추구하면서 현실 세계를 경험하는 행위, 예술적 노마디즘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고 가공하여 상상하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작업 전반에 깔려 있는 현대적 의미의 노마디즘을 이야기하자면, 환경과 기후요인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으로서의 노마디즘이 아닌 선택 가능한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서의 노마디즘이 핵심을 이룬다. 쉽게 말해 식량을 찾아,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또는 정신적 긴장, 센티멘털한 감정 등에 의해 구현되는 노마디즘에 주목한다. 의도적인 표류 행위를 통해 현실세계의 다양한 경험, 그를 통해 얻어지는 감정을 기록하고 그것을 재료 삼아 현실을 가공한다. 시공간적으로 내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분석하고 나서 느긋하게 미래를,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 미래지향적인 동시에 과거지향적인 행위이다. 공간을 표류하고 이동하며 지도 형태로 남은 기록. Psychostratigraphy는 Psycho와 Stratigraphy를 합성해 만든 말로 Stratigraphy는 층위학을 뜻하며 지질, 지리에 관련된 용어들과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 일상적인 단어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언어의 지도로 표현된 작업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생겨나는 감정의 변화, 현실의 기록을 지도라는 형태를 차용하여 내가 겪은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유동적인 사고의 흐름은 관객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아와 타인, 현존과 부재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리적 이동으로 추구하는 감정의 변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실험적 여행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지도라는 오브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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