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향하여 미공개 드로잉전


‘문신 드로잉’, 저 우주심(心)을 안으려는 몸짓
숙명여대 문신미술관개관 10주년기념 <우주를 향하여>시리즈 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우주를 향하여」시리즈는 1974년부터 1980년대에 걸쳐 제작한 일백여 점에서 엄선된 작품들이다. 이 시기의 드로잉은 그가 유럽 미술계에 데뷔한 이후 명성을 착실히 구축해가던, 생애의 가장 치열했던 시절의 경향을 보여준다. 전시 테제가 시사하는 것처럼, 그가 생각했던 ‘우주심(心)’이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아닐까싶다. 전시 작품들은 1975년 8월 하순 파리 근교의 빨레죠 아틀리에서 ‘드로잉 북 형식’을 빌려 제작한 것들로부터 그 후 파리의 마지막 아틀리에였던 후렛떼이에서 제작했던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을뿐 아니라, 1976년 라테팡스에서 전시했던 흑단작품인 「우주를 향하여」의 연작들을 앞질러 보여주는 것들이다.
이 작품들은 무엇보다 마에스트로 문신의 전성기의 아이디어와 힘찬 필선을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격상시키면서, 드로잉을 통한 그의 예술의 우주심(宇宙心, cosmic heart)을 담으려 했다는 데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거반 일필휘지에 의해 가늘고 유려한 필선들로 제작한 빨레죠 아틀리에 시절의 드로잉 북을 그대로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우주를 향하여’ 라는 명제의 진실이 무엇인지, 특히 이 용어가 마에스트로 문신의 창조적 의지의 내심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는지를 언급해야 할 필요성이 그래서 어느 때 보다 절실한 데가 있다. 이 부분은 문신예술의 최전선이자 최심부를 겨냥한 것이어서 찬반은 물론 갑론과 을론을 예상해야 한다.
기실 지금까지 가졌던 문신예술의 시발점이나 근본이념과 관련한 논의는 간헐적인 데다 비체계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를 두고 다수의 학술적 접근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근본 문제의 차선 수준을 다루었다. 시메트리와 음악성에 주목했거나, 수준을 낮추어 에로스?곤충?모세혈관 같은 소재들 간의 근소한 차이들에 주목했던 건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정작 문신예술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게 필자의 솔직한 심경이다. 이들 논의의 많은 부분은 문신예술의 위대성 자체를 겨냥한 것이었다기보다는 그가 세계적 반열에 올랐던 걸 예찬하는 수사(修辭)에 머물렀다. 이런 저런 이유로 문신예술의 창조적 영혼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아직도 미진한 채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논의의 중심을 차지했던 시메트리나 음악성 같은 단골 메뉴만 해도 그렇다. 이 용어들은 문신의 예술세계를 떠나서도 세계의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비록 문신이 이것들과 관련해서 그 특유의 절묘함을 창출했다 해서 시메트리나 음악성이 문신예술의 발원지라고 하기에는 어불성설이다. 소재나 주제들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말이다.
중요한 건 문신예술의 발원지라는 좀 더 근원적이고 체제적인 문제부터 다루었어야 했다는 거다. 그 대안의 하나가 이번 드로잉 특별전의 테제인 ‘우주를 향하여’가 아닐까싶다. 이 명제가 시메트리나 음악성보다는 한발 앞선 수준의 것을 시사하는 데가 있어서다. 이처럼, ‘한발 앞선’ 수준에서 그가 자신의 ‘우주심’을 형상화하고자 했다면, 시메트리와 음악성이란 그의 우주심을 형상화하기 위한 매개절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으로 말하자면, 시메트리와 음악성을 한 단계 앞지르는, 이른 바 그의 예술의 시발점으로서 우주심이 앞질러 존재했고, 시메트리와 음악성은 이보다 차선 수준에서 이루어진 부산물이었다는 거다.

미술평론가 김복영 글 중에서

 

진행: 나진희 우혜승 류미선

보조진행: 이슬 이세훈 이해미 김미나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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